박유하 『제국의 위안부』의 ‘방법’에 대하여(3)

일본군 ‘위안부’ 제도에 관한 일본정부나 군의 책임에 대하여 『제국의 위안부』에서 박유하는 어떠한 인식을 드러내고 있을까. 이 극히 중요한 논점에 대해 본서는 결코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본서를 읽는데 최대의 장벽은 저자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바로 이해할 수 없다(즉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독자의 지식이나 정보의 유무의 문제가 아니다. 논지의 전개나 개념의 사용이 현저히 명석함을 결여하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아래에서는 되도록 본서의 기술에 기초하여 본서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재구성한 후에 그 ‘책임’론의 특징을 검토하고자 한다.

1. ‘동원’의 특수한 용법

검토에 앞서 우선은 본서에서 말하는 ‘동원’이라는 말의 극히 특수한 용법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제1장이 “강제연행인가 국민동원인가”라는 제목이라는 점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동원’이라는 말에 박유하는 본서에서 극히 특수한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 것 같다. ‘부여했다’고 쓰지 않은 것은 이토록 중요한 개념일 터임에도 불구하고, 본서에서는 ‘동원’ 혹은 ‘국민동원’에 대해 전혀 설명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본서의 ‘동원’의 용례를 통해 그 의미를 추측하고자 한다.

　우선은 대표적인 용례를 아래에 들고자 한다.(이하 강조는 모두 인용자)

“국가─대일본제국이 군인을 위하여 동원한 위안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여기에 제시되어 있다. 성적으로착취당하면서도 전선에서 죽음의 공포와 절망에 노출되어 있었던 병사를 후방의 인간을 대표하는 여자로서위안하고, 그들의 최후를 ‘의사 가족’으로 지켜보는 역할. (……) 그것은 물론 국가가 멋대로 부여한 역할이었지만, 그와 같은 정신적 ‘위안’자로서의 역할을 위안부들은 열심히 다하기도 했다.”(77쪽)

“물론 위안부조차도 군대화시킨 위안소의 실태를 업자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 군대화된 위안부의 모습이 전쟁으로의 국민총동원의 또 하나의 모습인 이상, 업자도 그 구조하에서 움직인 것도 확실하기 때문이다.”(110-111쪽)

“본래 휘말리지 않아도 되었을 터인 타민족 여성─조선인 위안부들이 ‘자발과 타의에 의한 동원’을 당해 일본군의 사기를 고양시키는 역할을 강요당하며 고통의 나날을 보낸 것에 대해 일본국가는 어떠한 말로라도응답해야 하지 않을까.”(252쪽)

대일본제국이 혹은 일본군이 ‘위안부’ 여성들을 ‘동원’했다─본서는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일견 전시동원체제의 일환으로 ‘위안부’들이 편재되어 징집되었다고 저자가 인식하는 것처럼 읽힌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여기에주의가 필요하다. 오히려 아래의 인용에서 명확하듯이, 박유하의 주장은 그것과는 정반대이다.

“‘위안부’를 필요로 한 것은 틀림없이 일본이라는 국가였다. 그러나 그러한 수요에 응해서 여자들을 유괴나감언 등의 수단까지 써가며 ‘데려 간’ 것은 거의 대부분 중간업자였다. ‘강제연행’한 주체가 일본군이었다는 증거도 소수이지만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군속으로 취급되었던 업자가 군복을 입고 나타나 군인으로착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설령 군인이 ‘강제연행’한 케이스가 있었다 하더라도 전장이 아닌 한반도에서는 그것은 오히려 예외적인 일탈로 간주해야 한다.”(46쪽)

“소송자(헌법재판소에 대한: 인용자 주)인 피해자단체의 배상 요구 근거는 ‘강제노동’과 ‘인신매매’인데, 그것이 당시의 국제법에 위반된 것이라는 점에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직접적으로’ 범한 주체가 ‘업자’인 이상, 일본국에는 수요를 만든 책임(때로 묵인한 책임)밖에 물을 수 없게 된다. 그러한 의미에서도 법적 책임을 전제로 하는 배상 요구는 무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191쪽)

즉, 강제연행이나 인신매매, 강제노동의 주체는 대다수가 ‘업자’이며, 일본군이 아니라는 것이 박유하의 주장이다. “본서에서 시도한 것은 ‘조선인 위안부’로서 목소리를 낸 여성들의 목소리에 오로지 귀를 기울이는 것이었다”(10쪽)고 언급하는 것치고는 너무나도 간단히 강제연행된 자의 증언을 “예외적인 일탈”로 단정하고 있으며, 그 근거도 본서에서는 제시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확실히 증언이 존재한다면(박유하가 증언을 허위로 기각시키지 않는 한) 일본국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박유하의 논리 자체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본래 박유하는 감언에의한 사기를 강제성의 범위에 넣지 않는다.

또한 강제노동에 대하여 박유하는 다른 곳에서 “위안부들을 강제노동에 가까운 형태로 혹사한 것은 군인뿐만 아니라 업자이기도 했다”(105쪽) “한 사람의 위안부에게 하루에 몇 십 명이나 상대하게 한 것은 단순히 일본군의 압도적인 숫자와 강제뿐만이 아니다. 업자들도 그러한 군의 수요에 협력, 나아가 솔선해서 과중한 노동을 강제했다.”(107쪽) “감금, 강제노동, 폭행에 의한 심신의 상처를 만든 것은 업자들이기도 했다.”(113쪽)고 기술하고 있다.업자가 한 것을 강조하는 문맥이기는 하지만, 업자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은 박유하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 책임을 논하는 단계가 되면, 책임 전체를 ‘업자’에게 전가해 버리기 때문에 본서의 내적 정합성조차 파단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면 본래 본서가 말하는 대일본제국/일본군에 의한 ‘동원’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실은 놀랍게도 본서를 아무리 읽어도 그 의미는 명확히 제시되어 있지 않다. 다만 확실한 것이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위안부’의 ‘동원’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저자가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의 인용을 보자.

“이 조약(한국병합에 관한 조약: 인용자 주)이 ‘양국 합의’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 조약에 의해 형태는 대등한병합이라도 실질적으로는 식민지가 되어 갑자기 일본인이 되었던 조선인에게 피해 보상의 근거는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위안부를 피해자로 규정하고 보상의 대상으로 삼기 위해서 입법을 하기 위해서는 ‘식민지 지배라는불법행위에 의한 타국 국민동원에 관한 보상’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당시의 합병이 ‘법적’으로는 유효했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185쪽)

‘한국병합에 관한 조약’은 합법적으로 성립했으므로, 본서에서 박유하가 말하는 ‘위안부’의 ‘동원’은 ‘타국 국민동원’에 해당하지는 않으며, 보상의 법적 근거가 없다, 따라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는 것 같다. 한글판에서는 보다 명확히 “한일합방이 일본의 국민이 되겠다고 한 약속이었던 이상 ‘위안부’ 동원을 ‘법적’으로 문제삼을 수도 없는 일이다”(한글판263쪽)라고 기술한다. 이 논리는 대단히 기묘한 것인데, 이것에 대해 박유하의 한일협정에 대한 이해와도 관계가 있으므로 다른 기회에 언급하고자 한다. 어쨌든 ‘동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일본의 법적 책임은 없다는 것이 박유하의 주장이라는 것이 현재로서는 중요한 포인트이다. 오히려 ‘동원’이라는 단어는 강제연행을 부정하는 문맥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2. ‘수요’를 만들어낸 책임/‘묵인’한 책임?

이것에 입각하여 서두의 물음(본서의 일본군 책임론의 특징)에 대한 검토로 옮기고자 한다. 이미 제시되어 있듯이,본서의 중요한 주장 중 하나는 일본군에 의한 강제연행을 과소평가하는 곳에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박유하가 일본군의 모든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박유하의 ‘책임’론의 중요한 키워드는 ‘수요’와 ‘묵인’이다.

“일본군은 장기간에 걸쳐 군사들을 ‘위안’한다는 명목으로 ‘위안부’라는 존재를 발상하고 필요로 했다. 그리고 그러한 수요의 증가야말로 사기나 유괴까지 횡행하게 만든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타국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장기간 전쟁을 함으로써 거대한 수요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일본은 이 문제에 책임이 있다. 군이 모집방법을 규제한 것을 가지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군의 관여를 부정하는 의견이 있지만, 불법적인 모집행위가 횡행하는 것을 알면서도 위안부 모집 자체를 중지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즉 ‘거대한 수요’에 유괴나 사기의 원인을 돌리지 않고, 업자에게만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은 문제를 왜소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위안부의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모집 자체를 중단해야 했을 것이다. 수백 만 군인의 성욕을 만족시킬 수 있는 수의 ‘군용 위안부’를 발상한 자체에 군의 문제는 있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군의 책임은 강제연행이 있었는지 여부 이전에 그러한 ‘묵인’에 있다. 그 의미에서는 위안부 문제에서 가장 책임이 무거운 것은 ‘군’ 이전에 전쟁을 시작한 국가이다.”(32쪽)

“강제연행이 있었는지 여부 이전에”라고 유보하지만, 박유하가 일본군에 강제연행이나 강제노동의 책임은 없다고주장하고 있는 것은 이미 확인한 바와 같다. 여기에서 박유하가 말하는 ‘책임’이란, 요컨대 (1)업자의 불법적인 모집을 횡행하게 만들 정도로 다수의 ‘위안부’의 ‘수요’를 만들어낸 것, (2)업자의 불법적인 모집을 묵인한 것 이 두 가지이다. “군인의 성욕을 만족시킬 수 있는 수의 ‘군용 위안부’를 발상한 자체에 군의 문제가 있었다”고 하여, 주의 깊게‘책임’이라는 말을 회피한 후에 ‘수’의 문제로 왜소화시키고 있다. 군의 업자에 대한 지시에는 전혀 언급이 없다.

특히 ‘수요’라는 용어를 선택하는 것의 최대 문제는 애초의 일본군에 의한 군위안소 설치의 책임이 추궁되지 않는점이다. ‘수요’라는 ‘객관적’인 용어에 의해 설치나 운영의 책임은 완전히 사장되고 흡사 그것이 당연히 필요했던 것처럼 논해지고 있다. ‘전쟁을 시작한 국가’의 ‘책임’이 추상적으로 언급되지만, 중요한 설치․운영의 책임은 논의의 대상에 오르지 않는다. 읽기에 따라서는 ‘불법적인 모집행위가 횡행’하지 않을 정도의 ‘합리적’인 모집이라면(그런 것이 가능하다고 할 수도 없지만), 군위안소 설치 자체에는 하등의 문제가 없었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는 기술이다. 후술하는 바와 같이, 여기에서 박유하가 말하는 ‘책임’이 ‘법적 책임’을 수반하지 않는 것도 포함되어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 결락은 극히 중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설치․운영의 책임에 대해 논의하는 것 자체를 회피하는 자세는 굳이 “‘군용 위안부’를 발상했다”고 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발상’이라는 표현은 마찬가지로 “위안부가 될 민간인 모집을 발상한 국가나 제국으로서의 일본에 그 ‘죄’는 있어도, 법률을 어긴 그 ‘범죄성’은 그러한 구조를 고착시키고 그 유지에 가담하고 협력한 민간인에게도 물어져야 할 것이다”(34쪽)라는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 ‘민간인에게도’라고 하는 이상, 당연히 ‘국가나 제국’ 및 그 일부인 ‘일본군’의 “법률을 어긴 그 ‘범죄성’”도 추궁되어야 하지만, 전술한 강제노동의 부분과 마찬가지로책임을 논하는 단계에 이르면, 이러한 서술과의 정합성이 포기되고 만다.

아울러 원저에서는 “타지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오랫동안 전쟁을 벌임으로써 거대한 수요를 만들어냈다는 점만으로도 일본은 이 문제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첫 번째 주체이다. 더구나 규제를 했다고는 하지만 불법적인 모집이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집 자체를 중지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도 일본군의 책임은 크다. 묵인은 곧 가담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한글판, 25-26쪽)라는 비교적 억제된 표현이었는데, 일본어판에서는 보다 명확히 ‘수요’ 창출과 ‘묵인’에 ‘책임’이 한정되어 있다.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일본어판에만 있는 기술을 하나 인용하고자 한다.

“아베 신조 수상은 위안부를 한국의 과거 기생 하우스와 비교한 적이 있다(『歴史教科書への疑問』, 1997, 313쪽). 그러나 위안소는 전쟁 수행과 군인을 위한 장소였다. 다만 70년대 한국이 일본에서 온 관광객을 노리고 여성들을 배치한 기생 하우스는 국가의 외화벌이에 도움이 된다고 여겨졌던 점에서 과거의 ‘가라유키상’과 동일한 구조를 가지는 것이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위안소의 대부분은 먼 곳으로 이동하고 생명을 위헙받고 폭력이 일상화된 장소에 있었다. 그리고 조선인 위안부는 절대복종명령에 익숙해 있던 군인들에게자신들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 되기도 했다. 조선인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책임은 그러한 구조에 여성들이 놓이는 것을 묵인하고 때로는 앞장서서 그 구조를 만든 데에 있다.”(234쪽)

‘묵인’의 책임이 여기에서도 강조되어 있다. 연행이나 노동에 대한 군의 강제성을 부정한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위안소의 대부분은 먼 곳으로 이동하고 생명을 위협받고 폭력이 일상화된 장소에 있었다”는 등의 부자연스러운 표현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두에서 본서 독해의 어려움을 지적했는데, 이것은 무리가 있는 논의 전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포인트는 이 ‘책임’들에 대해서조차도 박유하는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는 위안부들을 데려간(‘강제연행’이라는 말이 공권력에 의한 물리적 힘의 행사를 의미하는 한, 적어도 조선인 위안부 문제에서는 군의 방침으로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것의 ‘법적’ 책임은 직접적으로는 업자들에게물어져야 한다. 그것도 명백한 ‘사기’나 유괴의 경우에 한한다. 수요를 낳은 일본이라는 국가의 행위는 비판을 할 수있어도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어려운 것이 된다.”(46쪽)

즉 ‘묵인’ ‘수요’ 창출이라는 그 자체로 극히 문제적이고 한정적인 일본군의 ‘책임’조차 ‘법적 책임’은 물을 수 없다는것이 본서의 박유하의 주장이다. 이러한 ‘법적 책임’론을 이해한 후에 다시 한 번 지금까지 검토한 박유하의 주장을되돌아보면, 본서가 법적 책임을 배제한 보다 광의의 ‘책임’조차 일본군에 대해서는 극히 한정적으로밖에 인정하지않는다는 점에 다시 한 번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이러한 ‘책임’에 관한 해방 후 한일교섭에서 있었던 논의에 대한 본서의 평가에 대해서는 다시 검토하고자 한다.

(정영환)

朴裕河『帝国の慰安婦』の「方法」について（3） : 日朝国交「正常化」と植民地支配責任

『제국의 위안부』의 ‘방법’에 대하여(3)